제의

성 김대건 안드레아신부 초상 (장발 作)

제의

성직자가 미사, 성사 집행, 행렬, 강복 등 모든 의식 때 교회 규정에 따라 입는 예복들을 총칭하는 말이다. 사제가 하느님께 예배를 드릴 때에는 구약시대부터 특별한 예복을 입어 왔다. 이는 사제를 다른 사람과 구별하고, 일상생활을 떠나 제사의 거룩함과 위대함을 표현하고 존경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그리스도교는 첫 3세기 동안은 거룩한 직무를 수행할 때에도 성직자들을 위한 특별한 옷을 입지 않았다. 4세기 초에 가서야 성직자들의 일상적인 옷과 거룩한 의식을 거행할 때 입는 옷을 구별하기 시작하였다.

이 시대의 여러 교부들이 그들의 저술을 통하여 전례 거행을 위하여 사제들이 특별한 복장을 갖추었음을 언급하고 있다. 그 시대의 공의회들과 그 뒤를 잇는 공의회들, 예를 들면 라오디체아 공의회(343-381)는 성스러운 의식 거행 때에 입는 성직자들의 특별한 복장에 관하여 자주 언급하였다.


6세기 이전에는 전례를 거행하는 성소 밖에서 성직자들이 입는 특별한 옷은 존재하지 않았다.

바바리안의 침략으로 복장에 변화가 생겼지만 성직자들은 고대 로마인들이 입던 옷을 그대로 입었다.

여러 세기 동안 성직자와 평신도의 일상적인 복장 사이에는 뚜렷한 구별이 없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차차 성직자들의 생활 양태에 구별이 생겨나고, 이에 따라 성직자들은 더욱 검소하고 근엄한 복장을 갖추게 되었다.

마침내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는 성직자들은 언제나 그들의 신분에 맞는 복장을 갖추어 입도록 요구하였다. 그러나 아직 색깔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검정색이 성직자들의 옷 색깔이 된 것은 17세기에 이르러서이다. 수단이 성직자들의 고유한 복장으로 의무화 된 것은 교황 식스토 5세(1585-1590) 이후이다.

평신도들과 성직자들의 복장에 차이가 커지면서 전례복은 상징성을 요구하게 되었다.


중세기에 들어서 금실, 은실로 짠 옷감들이 생겨나면서 전례복은 더욱 화려해지고 색상도 다양해졌다. 제의는 몹시 무거워졌고 형태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이러한 화려한 장식적 요소들은 오히려 거룩한 의식을 거행하는 사제의 역할이 지닌 중요한 의미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래서 제의의 가지 수가 정해지고 형태와 장식을 쇄신하는 운동이 일어났다. 장식은 전례에 부합하여 전례를 드러내는 표상이나 상징을 드러내는 것이어야 한다.


로마 예법에서 사제는 개두포를 하고 장백의를 입은 다음에 띠를 띠고 영대를 멘 위에 제의를 입는다. 제의는 예수의 멍에를 상징하고 애덕을 표시한다. 요즘은 여러 가지 옷감을 사용하지만 제의는 보통 비단이나 벨벳 등의 고귀한 옷감으로 만들었고 또 십자가 등 여러 상징으로 장식되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색채(色彩)가 지닌 특별한 의미와 상징을 받아들여 전례주년과 축일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색깔의 제의를 입는다. 이렇게 전례주년의 각 시기에 따라 제의나 그 밖의 전례 용품에 일련의 색채를 사용한 것은 12세기부터이다.


전례색의 상징적 의미를 살펴보면 먼저 백색이 기쁨과 영광과 결백을, 홍색이 성신(聖神)과 치명(致命)을, 자색이 통회와 보속을, 녹색이 성신과 희망을, 장미색이 기쁨을 뜻한다.

현재의 새 미사경본 총 지침에 규정된 제의색 규정은 다음과 같다.

  • 백색: 성탄시기와 부활시기,주님의 모든 축일(수난에 관한 축일 제외)과 성모 축일, 천사들, 순교자가 아닌 성인·성녀들의 축일 등.
  • 홍색: 주님수난 성지주일과 성 금요일, 성령 강림 대축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순교자들의 축일, 사도들과 복음사가들의 축일.
  • 녹색: 연중 시기.
  • 자색: 대림시기와 사순시기.
  • 흑색: 위령의 날과 장례미사.
  • 장미색: 대림 3주일과 사순 4주일.미사를 성대하게 거행할 경우에는 그 날이 백색, 홍색, 녹색을 쓰는 축일이면 금색의 제의를 입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장례미사 때에 흰 제의를 사용하고 있다.